간략 정보
2001년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일본 영화로, 감독 특유의 잔잔하게 흘러가는 연출이 특징인 작품입니다.
장르는 판타지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승에서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가기 전 머무르는 공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이 작품의 주 소재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다양한 사람들과, 이 공간에서 이들을 돕는 일을 하는 사람들.
이들은 어떤 사연이 있고, 여기서 어떤 일들이 펼쳐지게 될까요?
비슷한 다른 작품들
아주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소재를 다룬 한국의 작품들이 생각납니다.
대표적으로는 하정우 주연의 영화 <신과 함께>, 김희선 주연의 드라마 <내일>입니다.
두 작품 모두 저승과 이승 사이의 특별한 세계를 다룬다는 공통점이 있으며, 그 공간에 도착하게 된 사람들에게 여러 방면으로 도움을 주게 된 주인공들이 등장합니다.
위에 언급한 한국의 두 작품의 분위기는 액션이 더해진 활기참과 가깝다면, 원더풀 라이프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함을 유지합니다.
즉 셋 중 가장 정적인 영화이며 마치 다큐멘터리와 같은 전개와 가장 가까울 것 같습니다.
때문에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겠지만, 삶의 의미에 대해 잔잔하지만 깊은 질문을 던지는 좋은 영화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 어떤 시간을 살아가고 있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대답해 볼 만한 충분한 가치 있는 큰 물음표 하나를 내어주기 때문입니다.
부드러움 속에서 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고레에다 감독이 얕지 않은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일은 그저 우연이 아니라는 것을, 사랑받은 몇 가지 작품들을 보면 느낄 수가 있습니다.
내용 소개
이승에서는 죽은 사람들이 저승으로 향하기 전, 거쳐가는 공간 '림보역'을 배경으로 시작합니다.
그들은 여기에 일주일이라는 잠시동안만 머무를 수 있고, 그 사이에 중요한 한 가지를 결정해서 말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질문은 이렇습니다.
"당신이 살아온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 딱 한 장면을 선택하여 말해주세요."
이곳에서 나갈 때는 스스로 선택한 그 추억 하나만 가진 채로 나갈 수 있습니다.
살면서 분명 나빴던 기억도 많을 텐데, 그런 것들을 모두 비워내고 좋은 한 가지 기억만 가지고 나갈 수가 있다니 정말 저승과 이승사이에 저런 공간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굉장한 축복 같은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두가 이렇게 느낄 것이라 당연히 생각했는데, 의외로 이곳에 온 사람들의 반응은 다양합니다.
살아왔던 삶을 돌이켜보고 싶지 않다며 선택을 거부하는 사람,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는 사람, 너무 많은 추억들 중 하나를 결정하지 못해 혼란스러워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무사히 어렵지 않게, 하나의 장면을 고른 사람들의 안온한 표정도 인상 깊습니다. 쉽게 고른 행복의 한 장면은 그리 거창하지 않은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아주 어릴 적 선선히 바람이 불어왔던 사소한 한때 같은 것이 선택받은 것입니다.
이들이 주어진 짧은 시간 안에 추억 하나를 고르는 일을 후회 없이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담당자들이 있습니다.
고민에 빠진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들어주는 일'을 하는 이곳의 직원들입니다.
끝까지 결정을 어려워하는 사람에게는 그들의 삶 전체가 담긴 비디오 자료를 건네주며, 살아온 인생을 객관적으로 되돌아볼 수 있게도 해줍니다. 이런 식의 도움을 받아 본인도 인식하지 못했던 가장 행복한 순간을 찾아내기도 합니다. 천천히 과거를 돌아보니 아름다운 한 시절이었음을 깨닫게 되면서 말입니다.
이 특별한 일을 하는 직원들이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사연은 이렇습니다.
사실 림보역에 도착한 많은 사람들과 다름없이, 지금의 직원들도 똑같이 이승에서 죽음을 맞고 행복했던 단 하나의 추억에 대한 질문을 받은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렇지만 제한된 시간 안에 끝내 그 순간 하나를 골라내지 못 한 존재들입니다.
림보역에서 일을 하는 직원들은 벌을 받는 게 아니라, 그들이 살아온 인생 중 단 한순간을 끝까지 스스로 선택하여 이승에서의 삶을 마칠 수 있도록 기다림의 배려를 받고 있는 것입니다.
림보만의 특별한 비밀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개개인이 선택한 각각의 추억들은 하나하나 모아져 최종적으로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설정입니다.
이 과정에서 '선택받은 한 장면'은 자연스레 그때와 비슷하게 연출이 되는데, 개인들이 그때를 기억해 내는 부분에서 실제 객관적 상황과 다른 것들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직원들이 영화를 연출할 때 초점을 맞춘 것은 객관적인 당시 상황이 아니라, 그들이 느낀 주관적 느낌입니다.
사람들은 본인이 기억하고 싶은 대로 기억하기도 한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그러나 영화에서는 이것을 문제 삼지 않습니다. 그저 아름답게 살려줄 뿐입니다. 한 사람에게 특별한 감동을 준 어떤 기억은 그걸로 아주 충분한 가치가 있음을 존중하는 태도 같은 게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이는 어떤 하나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에 따라, 모든 것은 다르게 해석될 수도 있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대화 속에서도 이 메시지가 충분히 담겨 있으니, 영화를 직접 보며 느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총평
인생의 나아갈 길을 잃은 것 같을 때, 인생에서 흥미로운 일이 아무것도 없을 때, 삶이 그저 덧없다고 느낄 때.
누구나 한 번쯤 맞이하는 인생의 회색빛의 시기에 잠시 아무 생각 없이 보기 좋은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머리와 마음을 식히기 위해 이 영화를 맞이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생의 한 기로에서 자신을 돌아보며 의미를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따뜻한 휴머니즘이 담긴 이 판타지 영화를 우연히 보게 되었다면, 정말 큰 선물이자 축복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당신의 가장 행복한 순간은 언제입니까 라는 물음에는 분명 생각보다 놀라운 힘이 있습니다.
1. 생각나는 여럿의 장면이 있어서 도저히 골라내기가 어렵다면 당신이 지금 그렇게 불행해야 할 이유가 없음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그 여러 장면들의 좋은 에너지를 받아, 현재와 앞으로의 시간들도 찬찬히 나아가면 되겠죠.
2. 영화 속 어떤 인물들처럼 행복했던 순간이 없다고 느껴져도 괜찮습니다. 당신은 지금 영화가 아닌 현실에 있기에, 일주일이라는 제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소중한 축복으로 여기시면 됩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꼭 만나겠다는 마음으로 좋은 에너지를 받아, 오늘과 내일에 발을 내딛으면 됩니다. 어떤 이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선택받기도 한 소소한 주위 풍경에 좀 더 시선을 맞춰보겠다는 마음가짐만으로도 이전보다 훨씬 새로운 시간들을 맞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의 끝에서 남기고 싶은, 당신 인생의 단 한 장면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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